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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굳게 닫힌 이웃집 대문 열어젖힌 콩나물의 기적

  •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
  • 2016-12-08 09: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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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덕천1동 덕천BMC 아파트에는 '콩나물 농장'이 있다. 컨테이너 창고에 10개 남짓한 소쿠리를 두고 콩을 기르는, 농장이라 부르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지만 주민들은 이곳을 콩나물 농장이라 부른다. 농장이란 단어가 주는 전원적인 향기 때문이다.
 
콩나물은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며 자란다. 어젠 김 씨 할머니가 새까만 콩에 물을 줬고, 오늘은 박 씨 할머니가 소쿠리에 물을 새로 갈았다. 내일은 지나가던 이 씨 할아버지가 불쑥 불쑥 올라온 콩나물을 손으로 톡톡 눌러줄 것이다. 1000세대 남짓한 아파트 주민들은 이렇게 누구랄 것도 없이 자식처럼 콩나물을 기르고 있다. 콩나물 농장에서 만난 이웃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도 부지기수다.

덕천1동 덕천BMC 아파트  주민 힘 모아 콩나물 길러  거동 불편 어르신껜 배달도  "공동체 회복 위한 첫걸음" 

열흘 정도 지나 다 자란 콩나물은 한 움큼씩 비닐봉투에 투박하게 담긴다. 한 번에 300봉지 정도가 만들어진다. 준비가 다 되면 각 세대에 콩나물을 가져가라는 방송이 나온다.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다 자란 콩나물을 나눈다. 가격은 정해진 게 없다. 사정에 따라 봉투당 1000원을 내는 사람도, 500원을 내는 사람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배달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런 분들에게는 콩나물이 무료다.

콩나물 농장을 전반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건 아파트 내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이다. 이 복지관은 2013년부터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주민참여형 복지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콩나물 기르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있었다. 남산정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제각기 갖고 있는 옛날 기억으로 콩나물을 기르려 하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며 "하지만 콩나물이 구심점이 돼 만남의 자리가 형성되다 보니 갈등도 어느새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민 김정현(64·여) 씨는 "형편이 어려워 이웃을 돌볼 여력이 부족했던 아파트 주민들이 콩나물을 기르고 난 뒤부터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진짜 이웃'이 됐다"고 말했다. 

남산정복지관은 부산도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콩값 등을 지원받고 있다. 오는 13일에는 부산도시공사와 함께 '사랑의 콩나물 나누기' 행사도 진행한다. 남산정복지관 관계자는 "자급자족을 통한 공동체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양봉이나 다른 농산물 기르기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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